[kbl] 차기 시즌부터 용병제도 다시 변화...이러니 농구판이 인기가 없지..

여름에는 야구...겨울에는 주로 농구 경기를 즐겨 시청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주의인데...최근들어 농구판의 인기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을 보면 간혹 기분이 좀 씁쓸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놈의 리그는 인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을 하기 보다는 순간순간 눈앞의 상황만을 타개하기 위해 룰도 원칙도 없이 뭐가 항상 수시로 변화하니....팬의 입장에서는 짜증이 나기도 하고......

프로농구가 1997년 시작된 이래 이런 저런 병맛 시스템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용병 제도와 관련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 일단 간략하게 97년 이후 지금까지의 용병 제도의 변천사를 한번 간단히 살펴보죠....

1997년 : 트라이아웃 및 드래프트로 외국 선수 선발. 그리고 장신 용병 하나, 단신 용병 하나로 선발했는데, 장신의 신장 제한은 203.2cm 이하, 단신은 190.5cm 이하였으며, 연봉은 70000달러였습니다(8개월)

97시즌에 도입된 이 제도는 99-00시즌 때까지 큰 틀의 변화없이 지속됩니다. 단 외국인 선수의 보수는 시즌이 거듭될수록 조금씩 달라진 점은 있고, 98-99시즌에는 장신 선수에 대한 신장 제한이 205.7cm, 단신 용병에 대한 신장 제한이 193.5cm로 조금씩 높아진 점이 변화라면 변화입니다.

그리고 00-01시즌에는 장신과 단신의 구분없이 두 용병 선수의 신장 합계가 398.78cm를 초과할 수 없으며, 한 선수의 신장은 208.28cm로 제한하며 눈에 띄는 변화가 처음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후 이 제도는 04-05시즌까지 지속되었습니다. 이 시기까지 기본적으로는 트라이아웃 이후의 드래프트라는 큰 원칙은 지켜지고 있는 편이었으며 시즌이 거듭될수록 용병들의 보수도 갈수록 높아지며 양질의 용병들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97시즌 용병들의 연봉은 8개월 기준 70000달러 수준이었습니다만 04-05시즌에는 두 선수 용병 합계 28만 달러, 한 선수 연봉은 최대 20만 달러로 정해지게 되지요.

04-05시즌에는 처음으로 자유 계약제가 도입되며 각 구단별로 수준급 용병을 영입하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되기 시작합니다. 두 외국 선수 신장의 합계는 400cm로 높아졌고, 한 선수의 신장은 208cm로 기존 제도에 비해 조금 작아졌지요.

하지만 이 방식은 05-06시즌까지만 유지되다 06-07시즌, 국내 빅맨들의 입지를 넓히고 기량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라는 명분 하에 나머지 조건들은 그대로 유지한채 용병 선수들은 2,3쿼터의 경우 한명만 투입 가능하다는 제한 조건이 06-07시즌부터 생겼습니다. 개인적으로 프로 농구 출범 이후 용병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며 국내 빅맨들의 입지가 줄어든 부분들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요. 그리고 대부분의 팀들은 2,3쿼터 국내 빅맨들을 투입하기 보다는 스피드가 빠른 가드들을 투입하며 쓰리가드 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협회의 본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제도의 변경을 통해 인위적으로 선수들의 기량이 향상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는 것입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기본기를 중심으로 장신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시스템없이 장신에 운동 능력만 있으면 무조건 그 선수에게 볼을 투입하고 그 선수의 개인기를 중심으로 득점을 뽑아내는 방식으로 육성된 선수들은 당장에 프로에 와서 한계를 여실히 보여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07-08시즌에는 다시 자유 계약제가 폐지되고 트라이아웃&드래프트 제도로 변화하게 됩니다. 두 외국 선수 연봉 합을 40만달러로 높이고, 외국 선수 한명의 연봉은 175000달러로 제한하게 됩니다.

08-09시즌...하승진 선수의 등장과 함께 신장 제한 규정이 폐지되게 되었습니다.(이런 상황에서 잘도 국내 빅맨 육성이 되겠다 싶습니다....)

그리고 09-10시즌, 2,3쿼터 출장 제한 규정을 없애고 외국인 선수는 두명 보유 한명 출전으로 제도가 또한번 변화하게 됩니다. 이 제도는 두 시즌 동안 유지되다 이번 시즌 개막 직전 1명 보유, 1명 출전으로 또 한번 변화하게 되었지요..... 그리고 한명 보유인 만큼 양질의 용병을 영입하기 위해 트라이아웃&드래프트 제도가 폐지되고 다시 자유 계약제가 도입되었으며, 선수 1인당 보수 총액은 35만달러 이내, 그리고 인센티브 5만 달러를 별도로 지급할 수 있다는 조건을 붙이며 용병 보수에 있어서는 상당히 좋은 조건을 붙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얼마전 KBL은 내년시즌부터 또다시 용병 제도를 2명 보유 1명 출전으로, 그리고 다시 트라이아웃&드래프트 제도로 회귀시킨다고 결정했습니다.....뭔 놈의 제도가 1년만에 다시 바뀌는지.....동시에 이어진 병맛의 크리티걸....올시즌 각 팀에서 뛴 용병 선수들은 현 소속팀과 재계약할 수 없으며, 모두 드래프트를 거쳐 다른 팀으로 가야한다는 규정.....

이것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보수 규정 역시 2명 보유로 환원되며 이번 시즌보다 낮아지게 되었습니다.....

올시즌 프로 농구 경기를 몇 경기 챙겨보며 들었던 몇가지 생각 중 1명 보유 1명 출전이 주었던 메리트는 분명히 있었습니다. 이전 시즌까지만 해도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던 주태수 같은 선수들이 이번 시즌 들어 확연이 출장 시간을 많이 부여받으며 좋은 활약을 펼치기 시작했다는 점과 자유 계약제와 좋은 보수를 조건으로 선수들을 영입하다 보니 선수들의 전반적인 수준도 상당히 높아졌다는 것이지요.....하지만 단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병에 대한 의존도는 그닥 줄어든 점이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각팀의 용병 선수들이 노예화되는 부분들은 단점이 아닌가 싶었습니다(대표적으로 오리온스의 크윌같은 선수들은 보는 제가 다 안쓰러웠던...)

전 세계 모든 스포츠의 프로 리그를 통틀어 이런 식으로 용병 제도를 협회가 자기들 꼴리는대로 바꾸는 리그는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협회가 별 힘이 없고 규정이나 모든 것이 각 구단들의 이해 관계에 결정되는 것이 한국의 모든 프로리그의 공통점이긴 하지만.....축구나 야구에 비해 농구는 특히 심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용병이라는 존재는 말 그대로 보수를 받고 자신을 고용한 팀의 성적을 위해 노력하고 성과를 보여주는 선수들입니다. 당연히 팀의 입장에서는 좋은 활약을 펼친 용병들은 재계약을 통해 계속 함께 가고 싶은 것이고요. 하지만 내년부터 팬들은 동부가 아닌 타팀의 유니폼을 입은 로드 밴슨을, 오리온스가 아닌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은 크리스 윌리엄스의 모습을 볼 수 밖에 없게 되었지요. 네...물론 이 선수들이 소속팀과 재계약 조건에 합의를 하지 못해 리그를 떠나거나 타팀으로 이적을 한다면 그건 별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년 시즌부터 적용될 규정은 선수의 의사는 철저히 무시한채로 인위적으로 이적을 강요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지요.....

지금 원주 치악 체육관을 채우는 동부의 관중들은 밴슨의 모습을 찾기 위해 경기장을 찾기도 합니다. 벤슨은 지난 몇 시즌 동안 리그에서 가장 견실하고 내구력있는 모습으로 동부의 좋은 성적에 일조하였고, 올시즌에도 한층 업그레이드된 기량으로 8할이 넘는 승률로 동부가 리그 선두를 질주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수년간 동부에서 플레이하며 동부의 팀플레이에 완벽하게 융화되었으며, 동시에 팀 동료들과의 융화에도 전혀 문제가 없는 선수이지요. 하지만 동부는 이 선수를 내년 시즌에는 놓아주어야 하며 벤슨 역시 자신이 동부에 남고 싶어도 팀을 떠나야 합니다......

이번 시즌 초반부터 삼성과 뒤에서 엎치락 뒤치락하다 최근부터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오리온스의 윌리엄스는 어떻습니까. 팀이 초반에 워낙에 막장 짓을 해서 그렇지 윌리엄스의 활약은 올시즌 용병들 중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현재 크윌의 존재는 오리온스 전력의 알파이자 동시에 오메가이죠....당연히 오리온스의 추일승 감독은 크윌과의 재계약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였으며, 크윌 역시 팀 잔류에 긍정적인 의견을 피력하였습니다만 이 역시 급작스럽게 바뀐 제도로 인해 무시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말았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KBL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KBL의 외국인 선수 대우가 다른 리그들에 비해 좋은 편이며, 월급이 밀리는 경우도 없기 때문에 보수 총액이 줄어들어도 아마 수준 높은 용병들이 KBL로 올 것이라는 이야기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용병 1명 보유로 인해 각 구단들이 이야기하는 고충을 해결하고 동시에 전력 평준화를 위해 차기 시즌부터 제도를 바꾸기로 했다는 이야기만 되풀이하고 있지요......

전력 평준화....좋은 이야기입니다. 전력 평준화가 이루어지면 순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며, 경쟁이 치열해지는만큼 재밌는 경기들이 많이 펼쳐지면서 팬들이 경기장을 더 많이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KBL이 이야기하는 전력 평준화는 어디까지나 협회에 의한 인위적인 전력 평준화에 불과합니다(정확히는 구단들에 의한....)....

중요한 사실은 현재 KBL은 프로리그라 볼 수 없을 정도로 저득점 경기가 양산되며 팬들의 흥미를 반감시키고 있습니다. 수비 농구...물론 매력적입니다. 저역시 본격적으로 NBA 경기들을 챙겨보기 시작했던 90년대 초반 이후 끈적끈적한 수비력으로 상대팀들을 괴롭혔던 뉴욕 닉스 같은 팀을 좋아했던 적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대부분의 팬들이 선호하는 것은 화끈한 공격 농구입니다. 그리고 그 화끈한 공격력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수비의 매력은 그 이후에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용병을 두명으로 하냐, 한명으로 하냐, 트라이아웃&드래프트냐, 자유 계약제냐....이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내 선수들의 기량을 어떻게 더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느냐....이 부분이 결국엔 각 구단들의 전력을 평준화시키는데 있어서 키 포인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장신, 단신 용병의 구분이 없어진 이후 각 구단들이 단신의 가드형 용병을 영입했던 적은 거의 없습니다. 빅맨 포지션들의 국내 선수들과는 달리 가드 포지션의 국내 선수들은 용병 선수들과의 경쟁 없이 항상 일정 시간 이상의 플레이 타임을 보장받을 수 있었습니다.....하지만 지금 국내 가드들의 기량이 예전에 비해 엄청 좋아졌다고 할 수 있는지요......현 시점을 기준으로 모비스의 양동근, KCC의 전태풍, KGC의 김태술 정도를 제외한...백번을 양보해서 동부의 박지현 선수를 제외한 나머지 가드 선수들의 기량은 어떠한지요.....이중에서 김태술 선수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정통 포인트 가드라 보기에는 조금 애매한 지점에 있는 선수들이기도 합니다. 과거 강동희, 이상민, 그리고 전성기 시절의 주희정, 신기성, 김승현 정도의 수준의 정통 포인트 가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듭니다. 어시스트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선수들의 평균 어시스트 갯수만 봐도 이전에 비해 눈에띄게 낮아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엔트리 패스 하나 제대로 넣지 못해 버벅거리는 선수들도 많으며 A패스를 찔러넣어주기 보다는 외곽에서 볼만 빙빙 돌리는 풍경은 이젠 일상적인 모습입니다......

협회가 신경 써야 하는 것은, 계속 말도 안되는 제도만 이리 저리 손보는 것이 아니라, 프로 농구의 젓줄이 되는 유소년 농구 시스템을 어떻게 선진화시킬 것인지, 농구판 전체의 관점에서는 선수들이 신체적으로나 기량적으로 급성장할 수 있는 시기인 고교, 대학 농구에서 그들의 기량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프로리그는 팬들의 관심을 받고 흥미를 유발시키고 그들이 지불하는 돈을 바탕으로 굴러가는 것입니다. 팬들은 자신들이 응원하는 팀의 훌륭한 용병들을 계속 보고 싶어하며, 용병들 역시 자신이 플레이하고 싶어하는 팀에서 룰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는 팀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당연히 가져야 하는 것이고요. 하지만 이놈의 리그는 모든 것이 구단과 협회의 편의에 의해서만 모든 원칙과 룰이 정해지는 이상한 판이에요. 그러니 갈수록 경기의 질은 저하되고 팬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역대 KBL의 여러 제도들 중 최고의 병크는 귀화 혼혈 선수 규정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하나 추가할 거리가 생겼네요. 바로 한 시즌만에 바껴버린 용병 제도..... 이제 협회가 또 어떤 병크를 터뜨릴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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