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샌안토니오의 우승으로 마무리된 NBA 파이널 미분류

오늘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파이널 5차전에서 스퍼스가 히트를 제압하며 13-14시즌 NBA  파이널 우승을 확정지었습니다.

여느 시즌과 마찬가지로 샌안토니오는 정규 시즌 내내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62승 20패를 기록하며 정규 시즌 양대 컨퍼런스 최고 승률을 기록하였습니다.

허나 플옵 1라운드에서 댈러스와 7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간신히 플옵 2라운드에 올랐지요. 2라운드에서는 에너지는 넘치나 경험치가 아직은 부족한 포틀랜드를 4승 1패로 손쉽게 제압하며 컨퍼런스 결승에 올랐습니다. 컨퍼런스 결승에서는 오클을 상대로 1,2차전을 따내며 무난하게 파이널 진출을 확정짓나 싶었지만 3차전 이후 복귀한 오클의 이바카에게 말리기 시작하며 3,4차전을 내리 패하며 리버스 스윕에 대한 이야기까지 들었습니다만 5,6차전을 따내며 파이널에 진출하였습니다. 상대는 디펜딩 챔피언이자 지난 시즌 샌안을 파이널에서 제압한 마이애미 히트....

파이널 시리즈 시작 전 대부분의 사람들은 히트의 우세를 점쳤습니다. 샌안을 밀고 있었던 제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시리즈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지난 시즌과 별 차이가 없는 로스터....게다가 샌안의 전력의 핵인 던컨-파커-지노빌리 중 파커를 제외한 던컨과 지노빌리의 나이는 이제 38세와 36세이기에 체력적으로도 밀리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게다가 샌안은 마이애미에 비해 플옵에서 더 많은 경기를 치르고 파이널에 진출하였지요.

반면 마이애미는 르브론 제임스가 여전히 건재한 가운데, 지난 시즌 우승 전력을 온전히 보존하고 있는데다, 무엇보다 단기전에서는 클러치 타임에 확실히 내세울 수 있는 절대병기 에이스의 존재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르브론이라는 결전 병기를 보유하고 있는 마이애미가 샌안에 비해 조금 더 유리하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판단은 합당한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마이애미의 공수 조직력이 아주 헐겁냐 하면 그것도 아니니.....

허나 파어널 다섯 경기에서 샌안은 이러한 세간의 평가를 완전히 뒤집는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마이애미를 제압하며 포포비치-던컨 시대에서 다섯번째 우승을 일구어냈습니다. 그것도 90년대와 2000년대, 2010년...시대를 관통하며 다섯차례의 우승을 일구어낸 것이지요.

마이애미가 1차전의 참패 후(참패라고는 하나 경기 막판까지 비등한 경기였으나 르브론이 실려나간 이후 그냥 침몰) 2차전을 극적으로 잡아내며 시리즈 동률을 이룰때만 해도 샌안의 우승을 점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허나 샌안은 마이애미의 홈에서 열린 3차전에서 역사적인 1,2쿼터 경기를 만들어내며 2승 1패로 시리즈를 리드해갔고, 4차전 역시 제압하며 사실상 파이널 시리즈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4차전 이후 마이애미 선수들은 1승 3패의 열세를 뒤집고 우승을 달성하는 역사를 써보겠다며 전의를 불태웠지만, 의지만 가지고 시리즈를 뒤집기에는 양팀의 완성도 자체의 수준 차이가 너무나 컸습니다.

오늘 5차전에서 1쿼터 초반 르브론 제임스를 앞세워 맹폭을 가한 마이애미였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이후 5차전 경기는 철저하게 샌안의 방식대로 전개되었지요. 시리즈를 뒤집기에는 마이애미가 꺼내들 카드가 없었습니다. 작년 파이널 시리즈에서 재미를 보았던 강한 압박을 통한 샌안의 2:2 공격을 봉쇄하며 실책을 유발시켰던 마이애미의 수비 전술은 이번 파이널 내내 아무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였습니다. 오히려 샌안의 철저한 패싱 위주의 경기 운영을 통한 효율적인 페인트 존 공략에 거의 농락 당하는 수준으로 무너졌지요. 동시에 마이애미의 공격 전술은 샌안의 수비를 전혀 위협하지 못하였습니다.

마이애미의 공격 전술의 핵은 뭐 두말할 필요없이 르브론 제임스입니다. 현역 선수 중 르브론만큼 파괴력있는 공격력을 보유한 선수는 찾아볼 수 없지요. 강력한 힘과 스피드를 이용한 돌파력과 마무리 능력, 그리고 외곽슛 능력까지 갖춘 르브론을 1:1로 막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기에 르브론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더블팀을 들어갈 수 밖에 없고, 패싱 센스를 갖춘 르브론이 자신에게 들어오는 더블팀을 이용하여 동료 선수들에게 패스를 뿌려주며 공격을 전개해나가는 방식....상당히 심플하지만 르브론이라는 결전병기급 플레이어를 보유한 팀이라면 가장 확실한 공격 전술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허나 르브론에게 더블팀을 들어가지 않고도 그를 어느정도 선에서 제어 가능하다면 마이애미의 공격 전술은 그걸로 끝이라는 점이 치명적인 단점이지요.

문제는 샌안의 경우 그게 가능했다는 점입니다. 1,2차전에서 별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였던 카와이 레너드는 3,4,5차전에서 르브론을 수비하며 그를 어느 정도 선까지 제어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시리즈의 분수령이었던 3차전, 르브론은 22득점을 기록하였습니다. 1,2쿼터에 16득점을 기록하며 나름 선전하였지만 3,4쿼터에서는 6득점 7턴오버를 기록하며 아무런 활약을 보이지 못하였지요. 반면 카와이 레너드는 3점슛 3개 포함(6개 시도), 필드골 성공률 76.9%(13개 시도 10개 성공), 29득점 4리바운드 2어시스트 2스틸 2블락슛을 기록하며 샌안토니오의 대승을 이끌었습니다. 4차전에서 르브론은 28득점 8리바운드를 기록하였습니다만 승부처에서는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였고 3개의 턴오버를 범하기도 하였습니다. 반면 레너드는 20득점 14리바운드 3어시스트 3블락슛 3스틸을 기록하며 3차전에 이어 4차전에서도 샌안의 대승에 앞장섰습니다. 오늘 5차전에서도 레너드는 후반 파울 트러블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르브론을 끈덕지게 물고 늘어지며 그를 지치게 하였고 본인은 22득점 9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팀 우승에 공헌하였습니다. 당연하게도 경기 후 이제 커리어 3년차로 22세의 젊은 포워드는 파이널 MVP를 수상하였습니다.

물론 르브론은 파이널 시리즈 다섯 경기 내내 홀로 고군분투하며 좋은 활약을 하였습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그는 31득점을 기록하며 끝까지 샌안에 저항해보았지만 혼자서 넘어설 수 있는 레벨의 상대가 아니었지요. 경기 막판 벤치로 물러나 눈물까지 보이던 르브론....그런 모습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는 분명 현존 리그 최고의 1:1 머신 중 한명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코트에 서있는 다섯명 전체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샌안을 넘어설 수는 없었습니다.

샌안토니오는 핵심 전력에 해당하는 던컨과 지노빌리의 고령화+파커의 발목 부상 등의 악재 속에서도 로스터에 있는 모든 선수들을 매경기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자신들의 약점을 채워넣었습니다. 지난 시즌에 비해 한단계 스탭업한 스플리터는 한결 좋아진 경기력으로 던컨의 휴식 시간을 보장해주었으며(특히 1차전에서 3쿼터 막판부터 4쿼터 초반까지 연속 8득점을 따내며 경기의 흐름을 가져왔던 장면은 실로 대단했습니다), 작년 파이널 시리즈에서 역귀짓을 했던 지노빌리는 식스맨으로 출장하며 안정적인 경기 운영과 필요할 때 득점을 따내며 팀은 든든하게 받쳐주었습니다(그 와중에도 2차전에서 역귀짓을 했지만)...

그리고 폭발력있는 3점슛 능력을 보유한 데니 그린은 오늘 5차전에서 삽질을 했지만 1~4차전 내내 위력적인 3점슛으로 마이애미를 괴롭혔지요. 특히 4차전이었나.... 공격 제한 시간에 쫓긴 상황에서 죽은 패스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당황하지 않고 자신에게 달려오는 수비수를 훼이크로 제친 후 성공시킨 3점슛은 굉장했습니다.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백업 가드 패티 밀스는 파이널 시리즈에서 필요할 때 투입되어 외곽슛을 성공시키며 자신의 역할을 다했습니다. 오늘 5차전에서도 3쿼터까지 부진했던 파커의 자리를 훌륭히 메꿔주며 연속 3점슛을 성공시키는 등 좋은 활약을 펼쳤지요.

그러나 무엇보다 동일한 선수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시즌 파이널과 올시즌 파이널에서 샌안의 모습을 완전히 변화시킨 숨은 주역은 디아우였습니다. 작년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팀에 녹아들지 못하며 그저 그런 자원이었던 디아우는 올시즌 완전히 팀에 녹아들며 자신의 기량을 맘껏 보여주었습니다. 203cm, 107kg의 디아우는 파워포워드임에도 불구하고 리그 최상급의 패싱 센스를 가지고 있는 선수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보다 팀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이타심은 그의 가장 큰 무기이지요. 디아우는 필요할때마다 수준 높은 패스를 동료들에게 배달하며 샌안이 마이애미의 수비 조직을 붕괴시키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하였습니다. 포포비치 감독이 마이애미를 무너뜨리기 위해 들고나온 카드는 철저한 패싱 위주의 공격 전개를 통해 공간을 창출하고 그 빈 공간을 파고들어 득점을 따내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러한 공격 전술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디아우의 존재였습니다. 그는 페인트 존과 외곽을 가리지 않고 빈공간으로 좋은 패스를 배달하였고, 그의 패스는 대부분 득점으로 연결되었습니다. 마이애미의 입장에서 이러한 디아우를 막아내기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마흔을 바라보며 이미 전성기를 넘긴 던컨이지만 여전히 그는 샌안의 든든한 기둥이었습니다. 이번 파이널에서 그는 플옵 통산 최다 더블-더블 기록 1위에 올라섰으며, 플옵 최장 출장 시간까지 갈아치우며 매직 존슨과 압둘 자바의 기록을 넘어섰습니다.

반면 마이애미는 르브론을 제외하면 나머지 모든 선수들이 좋지 못한 모습이었습니다. 웨이드는 뚜렷하게 기량이 노쇠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마이애미로 이적한 후 페인트 존에서 아무런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던 보쉬는 2차전을 제외하면 나머지 네 경기에서 아무런 존재감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벤치 전력에서도 이제 불혹의 나이가 된 레이 앨런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활약을 펼쳐준 선수가 없었지요. 빅3....이번 파이널에서 마이애미의 르브론-웨이드-보쉬에게는 이 칭호를 붙이기가 민망한 수준이었습니다. 그저 르브론 원맨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지요.

파이널 MVP는 레너드가 받았지만 사실 이번 파이널 시리즈 MVP는 그냥 팀 샌안토니오 스퍼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샌안이 파이널 시리즈에서 보여준 팀과 시스템 농구로 대변되는 팀 플레이의 완성도는 거의 완벽한 수준이었습니다.

어쨌거나 마지막까지 농구팬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던 샌안토니오와 마이애미 선수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다가올 14-15시즌에도 멋지고 훌륭한 플레이로 농구팬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기를 기대합니다.


덧글

  • 바른손 2014/06/17 14:36 # 답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올 시즌 정리가 대충 되는 느낌입니다.
  • 울프우드 2014/06/30 17:17 #

    답글이 늦었네요. 샌안을 응원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흥분되고 재미난 시리즈였습니다. 특히 시리즈 시작전까지만 해도 마이애미가 우세하다고 생각을 했던지라....

    팀으로서의 농구 플레이를 이렇게 아름답게 펼친 팀은 거의 샌안이 유일하지 않나 싶은 생각까지 들더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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